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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얼 바라고 있지, Mon Amo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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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릴리스 퀸시텔라 헤인젤

15

남자

래번클로

179cm (182.5) / 미용 체중

순혈

APPEARANCE_

     드문드문 웨이브 진, 옅은 보랏빛의 은백발을 곱게 길렀다. 기르는 중간에도 자를 의향은 없었던 탓에 머릿결과 그 끄트머리만 조금 다듬어져 일자의 각진 형태를 하고 있을 뿐이고, 차분하고 보드랍게 내려앉는다. 긴 머리칼은 등허리를 덮고 내려와서, 포괄적으로 골반 근처에 닿고, 귀밑머리는 여전히 안쪽으로 약하게 휘어지는 보다 짧은 모양. 유달리 숱이 많지도, 부스스하지도 않기에 풍성하고 화려하다는 등의 감상은 들지 않는 편. 간결하게 정리해둔 앞머리 또한 눈매 어림에서 하늘거렸다. 머리 스타일의 변화가 심하지는 않아 방학 중 다듬은 그대로 풀어내렸다. 학기 중 흔히, 머리칼에 얽히곤 하는 끈은 연분홍색의 얇은 리본. 때때로 스스로 손을 대는 일이 잦아지며, 관리하는 솜씨도 발전하게 되어 퍽 능숙하고 세련된 스타일을 지니게 되었다. 독서나 학업에 열중할 때에는 가볍게 묶어두는데, 그마저도 머릿결 탓에 풀어지는 일이 많아 주머니나 로브에 실핀을 가지고 다녔다.

 

     꾸준히 달라붙어 사뭇 여리고, 아이 같은 인상으로 보이게끔 만들었던 젖살은 어지간히 빠져 매끈한 라인이 살아나고 있는 중. 피부에는 큰 변화가 없었기 때문인지, 살이 빠져도 뺨은 말랑하다. 매끄럽지만, 콕 찌르면 푸딩 윗면처럼 들어갔다가, 원상복귀될 정도. 요즈음엔 항상 가느다란 웃음기를 머금고 있어 본래의 고양이 닮은 낯에, 여우상의 느낌도 미묘하게 더해졌다. 커가면서도, 성향이 완전히 바뀔 수는 없는 노릇인지라 운동은 시시때때로 거부하여 엷고 은근한 혈색을 띤 피부가 어릴 때보다도 더한 창백감을 띠어 희기만 했다.

 

     타원형으로 둥그스름하고 기다란 아몬드 꼴의 눈매는 얼굴 형태가 갸름하게 빠져들며 반쯤 내리감기는 일이 많아졌다. 나른하면서, 얇고 단단한 선에, 그 특유 심드렁한 분위기로. 섬세하다기보단 오밀조밀하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얼굴이었지만, 고학년에 접어들어 본격적인 입체감을 싣곤 명료하게 정교해졌다. 덜 굳었던 이목구비의 구조가 찬찬히 자리를 맞춰 붙어가듯이. 그새 몸에 익은 버릇으로 내리뜨거나, 내리까는. 시선이 아래로 굴러떨어지는 등의 나긋한 눈짓이 일상적이 되어서, 주름지듯 옅은 눈꺼풀의 형태가 비교적 잘 드러났다. 그를 이유로, 회분홍의 눈동자는 타고난 생김새보다 얄팍하고 가는 형상을 하고 있을 때가 많았다.

 

     3년 내도록 쓰고 있었던 안경을 벗었다. 입학할 적부터 쭉 쓰고 있었음에도, 실제로 시력에는 전혀, 아무런 문제가 없다. 오히려 평균보다 좋은 축에 들고, 얼마간 집중과 변덕을 위해 썼던 것이라고. 번거롭고 귀찮아져서 벗었다는 말을 하곤 했다. 종종 길게 휘어지는 입술은 이제야, 프랑스 품종의 장미 같은 색을 띠었다. 옅되 흐리진 않은. 입술 위로 피워올린 미소로 살갗 색이 짙어진 듯싶었다. 양 귓불에는 사파이어가 원형으로 단순 커팅된 귀걸이를 착용했다.

 

     보편적인 기준을 웃도는 수준으로 자랐으며, 유려하고 늘씬한 체격이다. 비율이 좋아 본래 키보다 조금 더 커 보이는 경향이 있는데, 설상가상 3.5cm 가량, 낮은 굽이 달린 워커를 신었다. 키 때문이 아닌, 신던 학생화의 밑창이 얇아 발이 아파서라고 한다. 이전 학년에 비한다면, 약간 흐트러지게 입었다. 넥타이 없이, 목가의 단추를 두어 개 풀어낸 셔츠 안에는 미끈하게 착 달라붙는 검은색 목티를 받쳐 입었고, 로브는 어깨에만 걸쳐지도록 했다. 가끔 담요 대용으로도 사용했다. 무광의 검은 가죽 장갑, 계절감 없던 어느 여름 날. 제 체온이 꽤 낮다는 것을 알아채고, 일차적으로는 보온을 위해 착용하게 되었다. 의외로 맨손보다도 익숙해한다. 여유롭고 화사한 미소를 피운 낯을 제외한다면, 살갗이 드러나는 부분은 없다.

(​커미션 이미지입니다.)

CHARACTER_

“... ...무의미와 무가치, 어떤 점이.. 다를까? ”

 

     실존하는 한 단어로 축약하자면, 어느 것보다도 나태에 가까운 사람이었다. 얼핏 방만해 보이도록, 몸을 늘어트린 채 사고만을 회전시키는. 동적인 활동에 대한 관심은 물론 조예 또한 전혀 없었으며 이것을 다른 말로 바꾸면, 반드시라는 필요의 수식이 붙지 않는 한 움직이지 않는다는 뜻과 일맥상통했다. 움직여야 할 이유? 적어도 그에게는 아무런 가치도 없었다. 실상은 변덕적인 나태함이었다. 뜻이 들거나, 의욕이 생기면 움직이고, 아니면 말고. 때문에 어떠한 변덕심이 들지 않는다면 본래 머물렀던 자리에서 하느작거릴 뿐이었다. 이는 1차원적인 움직임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었던지라, 인간관계에도 다르지 않았다. 가지고 싶고, 그래야만 한다면 언제까지나 손아귀에 틀어쥐고 있을 테지만, 반대로 얄팍한 흥미가 제 열기를 다하게 되면 푸시시 꺼져버리는 종류. 드문 경우로, 나태와 변덕이 조화를 이룰 때. 뜻밖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번복은 좋아하지 않아. 합리적인 이유를 들어 설득시켜봐.”

 

     스스로 정의한 논리에 근거한 결단력이 있었고, 제 논리를 어그러뜨리는 것이 동급의 논리나 납득할 만한 설득력이 실린 견해가 아니라면 인정하지 않았다. 어찌 보면 객관적이라고도 할 수 있었는데, 그 또한 무례하지 않은 감상이었다. 감정적으로 일을 치를 때는 한 가지, 흥미와 연동된 변덕이 일어 그와 관련한 가치를 찾고, 단순 의지로서 행동하는 경우. 결코 드물지 않게 종종 있었던 케이스였으나 다른 사람이 보았을 때는 전자나 후자나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다. 하여 이따금 보다 상냥하게 굴어 보일 때도 말하는 투만 조금 바뀌고, 내용은 그대로였던 적이 허다했다. 온유하게 휘어지는 낯과는 다른 모습으로, 자기주장이 강한 편이었다. 관련 예시를 하나 들게 된다면, 역시나 이름일 것이다. 3년이 넘도록 꿋꿋이 고집해온.

 

“...당신이 원하는 대로, 요청해도 돼. 얼마든, 맞춰줄 용의가 있으니.”

 

     나태한 고집쟁이였음에도, 인간관계에 한하여 퍽 다정한 성정이 드러났다. 물론 이것에서, 인간 아닌 생물 종은 모두 제외된다. 그는 입에 밴 것처럼, 상냥을 가장하곤 했다. ‘당신이 원한다면’. 어딘지 껄끄러운 조건부가 붙었으나 저와 마주하는 상대가 원하기만 한다면, 가능한 선에서는 모든 것을 굽혀 배려하는 사람이었다. 이와 같은 일견의 배려, 다정함은 사람 사이 감성적인 면에서만 발휘되는 것으로, 객관적인 사실과 주장을 끌고 들어가게 되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나는 당신의 마음을 위했을 뿐, 그 의견에는 동의하지 않아. 유감스럽지만, 연민조차 아까워서. 때때로 이런 식의 명확하고 우회적인 거절 의사를 표명했다. 대화 상대의 감성이 상하게 되는 일이 안타까운 인도어indoor, 문학파였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가속도는 필요에 의해 발현되지.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잊으면, 곤란해.”

 

     본래 느릿느릿하게 행동하는 이로, 속도를 낼 적에는, 과제가 밀렸을 때라거나. 그로서는 예측하기 애매한 일이 일어났을 경우가 해당된다. 대부분은, 권태보다는 나태에 근접하도록, 여유를 휘감고 다녔는데 한들한들 느긋하게 사는 만큼 무엇이든 꼼꼼하게 정돈하여 실수가 적은 편이었다. 그는 본인이 여유롭게 행동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으므로 의도치 않게, 실수가 잦아지게 되면 다정한 체 덮어두었던 성격이 불쑥 튀어 나오기도 했다. 아는 사례로는, 다도 중 다기들을 대할 때를 꼽을 수 있다.

DETAIL_

BIRTH_ 1988.10.16

WAND_ 배나무  |  유니콘의 뿔  |  11½ Inch  |  견고하고 단단함

SUBJECT_ 고대 룬문자 | 점술

          01. 헤인젤Heingell

 

     이번 대에 들어 프랑스계 순혈 가문과 결합한 순수 혈통 가문으로 미성년 마법사를 제외하면 일원 대부분이 마법부와 교육계에 속해 있다. 타 업종에 종사하는 일원은 소수. 공식적으로 밝혀진 직계는 아마릴리스 한 명뿐. 타고나는 손이 적기도 하지만, 그중에서도 여성은 으뜸으로 대우한다. 가문의 시초부터 여성의 수가 현저히 적고, 선천적으로 수명이 짧았기 때문이다. 한 대에 한 명만이 태어나도 감사하고, 둘 이상이 태어나면 감격에 겨워 그들만의 파티를 벌이는 집안이므로 전통적 가주 또한 여성이다. 메이너드 전쟁 당시, 온건적인 순혈주의에 기울었으나 중립을 표방하며 어느 쪽에도 손을 대지 않고 오로지 마법 세계의 흥망성쇠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당시 가주였던 루시오 사이러스 헤인젤의 성품 또한 그에 한몫한 듯싶었다. 공적으로 생활하는 저택은 영국 내에 있지만 정확한 위치는 알려져 있지 않다. 때문에 접근 불가 마법보다 한 단계 낮은 보호 마법만을 걸어두었다. 저택 외의 별장이 많은 편이라 관리에 애쓰지 않는 축. 일원들의 경우에도 본 저택보다 각지의 사사로운 별장에 머무르는 일이 더 많다고 한다.

 

          02. 

 

     타인의 미들 혹은 퍼스트 네임, 애칭 등을 짧게 부르는 행위를 선호한다. 자신의 이름이 길기 때문에 타인이라도 간결하게 부르고 싶어 하는 것이지만, 실제로 호명하는 일은 퍽 드물다. 선호하는 것과 달리 예의 없게 구는 것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듯. 성가신 것은 일부러 상대하지 않기도 하고 귀찮게 여긴다. 무의식중에 인격적인 대우를 깜빡 잊을 정도로 안중에 없는 태도이다.

 

     자기 자신이 상대를 대하는 데에는 관대한 편인데, 역으로는 까다롭게 구는 편. 진심이라기보단 장난조에 가깝다. 타인이 제 퍼스트 네임을 부르는 행위를 꺼려한다. 패밀리 네임인 성은 별달리 터치하지 않고 미들 네임 또한, 4학년에 들어서부터는 제재하지 않고 있다. 애칭이 여러 가지. 보통은 퀸시Ouincy, 릴리Lily. 두 가지로 축약된다.

 

     기본적으로 또래에게는 이따금씩 존댓말 섞인 반말을, 보다 사회적 위치가 높은 연상에게는 존댓말을 쓴다. 목소리의 변화가 적은 담백한 톤의 포시 억양으로 종알대는 것이 버릇되었다. 가정환경 탓인지, 일상적으로 말할 때마저 불어처럼 들리기도 했다. 

 

     얼굴로 드러내 보이는 감정과 실제 느끼는 감정의 분리에 일가견이 있어 상당히 능숙해졌다. 가장 실감 나게 짓는 표정은 떨떠름하거나 못 미더운, 혹은 심드렁하니 의욕이라곤 없어 보이는 것들과 웃음소리라곤 나지 않는 미소. 활짝 웃을 때는 양 뺨의 보조개가 드러나며, 종종 활짝 웃어 보이기도 했다. 특유의 표정 없는 낯을 하고 있을 때보다, 웃을 때가 조금 더 많을 정도로.

 

          03. 

 

     일찍 일어나고 늦게 잠든다. 기상과 취침 사이의 시간이 긴 것 같지만, 활자 욕심만큼이나 수면욕이 강해 틈틈이 많이 자기 때문에 제정신으로 있는 시간은 꽤 짧다. 몇 시간씩 나누어 자는 것이 습관이라 건강 상태가 좋지는 않은 듯. 몸에 좋은 차를 물처럼 마시는 게 이 때문이기도 하다. 완전히 굳어진 수면 패턴으로, 되돌리기엔 무리가 있다.

 

     기억력이 썩 좋은 축에 속하지만, 기억력과 수업 청강의 이수는 별개의 문제라는 것을 깨달았다.

 

     잉크는 물론이고 깃펜, 오르골, 시계 등의 수제 공예품을 수집하고 보존하는 것을 좋아했다. 잉크의 경우, 수액처럼 진하게 번지고 문자 또는 그림 따위를 수놓을 수 있다는 점을 몹시 마음에 들어 했다. 그러나 수집욕과 애착은 관계가 없는지, 수제 공예품을 포함한 제 수중의 모든 것들에 애착이 없었다. 

 

     활자 중독증. 잉크와 깃펜을 포함하여 이루어지는 책 또한 선호하는 아마릴리스에게 있어 납득할만한 증상이었다. 활자본 없이는 못 살 것처럼 구는 강박적인 것은 아니었고, 그저 글로 되어있다면 뭐든 읽으려 들었다. 단기 기억력을 향상시키는 데에도 일조하고 있다. 서적 중 가장 선호하는 종류는 시집이나 연작 시리즈의 작품들. 

 

     하루 중 한가할 때, 틈틈이 꾸준하게 일기를 쓰고 있다. 1학년 때부터 이어져온 밤 습관 중 한 가지. 가끔 보면 일기를 제쳐두고 개인 기록을 할 때도 있다. 드물지 않은 경우다.

 

     모든 난생종을 싫어한다. 특히 어류나 알의 형태가 고스란히 보이는 종류는 혐오하는 수준. 때문에 생선도 못 먹는다. 부엉이 대신 로제타를 데리고 왔었던 이유가 이것일지도. 기본적으로 몸통에 팔이나 다리나 무언가 하나 모자라거나 변형된 것에 거부감을 느꼈다. 어류 혹은 알과 관련하여 가장 까다롭고, 다음은 닭이나 조류. 난생종에는 신비한 마법 생물도 예외가 되지 못하는지라, 용이나 인어도 싫어한다. 그의 입 앞에 생선 요리라든가, 알 요리를 갖다 대며 먹을 것을 종용한다면, 0.1초의 망설임도 없이 한 대 치거나 상대를 깨물어 버릴지도 모르니 주의하자.

 

          04. 

 

     트라이플, 밀푀유, 자허토르테를 비롯한 달달한 디저트 종류와 고풍스러운 공예품을 감상하는 것을 좋아했다. 디저트로는 단연 크림이나 꿀에 졸인 과일류, 가끔은 끈덕하고 달콤씁쓸한 핫 초콜릿마저도 미각 환기시킬만하다며 종종 즐기곤 했다. 치즈의 쿰쿰한 향과 맛을 견디지 못하는 관계로, 치즈가 다량 포함된 디저트는 잘 먹지 않는 편이고, 식사 텀이 짧고 잦으며 입 또한 짧아 주식보다 디저트를 먹는 일이 많았다. 보통 0.5인분 -성인 기준 손가락 제외, 손바닥 크기 정도- 될까 말까 한 소량만 가져와 혼자 먹었다. 자발적으로 티타임을 가지는 일은 드물었으나, 식사 권유는 또 달라 내킬 때마다 은근슬쩍 화두에 올려놓는 횟수가 적지 않았다. 물론 손재주가 앞발 수준이라서 먹는 것만 잘한다. 본인은 자신의 가사 능력 유무에 신경 쓰지 않는다(“내가 요리까지 능통해야 할 필요는 없잖아?”와 같은 의견). 디저트를 좋아하는 것의 연장선으로 몹시도 믿기지 않겠지만, 차tae를 잘 탄다.

 

        05. 애완동물

 

     지난여름 방학 중, 약 13년간 키워왔던 애완 고양이 로제타를 떠나보냈다. 어떻게든 담담해지려 무진 애를 쓰고 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화제로 삼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생각할수록 슬퍼져서, 말을 잃어버릴지도. 로제타를 떠나보낸 이후, 기존의 난생종은 물론이고 모든 동물을 꺼리게 되었다. 귀여워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의미로. 권유에 마지못해, 연락책으로 이용할 부엉이를 들였다. 동물을 싫어하는 만큼, 직접 키우지는 않고 집에서만 그의 전용 부엉이로 점찍어두고 배달부 역할을 하게 뒀다.

 

          06.

 

     아름답고 예쁜, 수식을 통틀어 감각으로 느끼기 좋은 것들을 선호하는 얼마간의 탐미주의가 있었다. 아름다운 건 나쁘지 않아, 시대에 일렀을 뿐이지. 와 같은 마인드로 예쁜 것들에 상당히 관대했다. 나르시시즘이 뒤늦게 발현된 이유가 되어주기도 했다.

 

     영국과 프랑스의 혼혈로, 스킨십에 익숙하며 또 즐기는 편이다. 그가 먼저 선뜻 손을 뻗지는 않지만, 다가오는 손길은 내치지 않아 접촉이 있을 때는 퍽 얌전해 보인다.

 

          07.

 

     지난 학년에 비하면, 성적이 약간씩 향상되었다. 마법의 약을 제외한 전 과목에서 O를 받았다. 마법의 약 성적 부진의 이유를 꼽자면, 재료 손질의 미숙이다. 당연하게도, 난생종은 만지지도 못 하기 때문에.

          08. 

 

     5학년의 개학을 앞둔 늦여름, 래번클로 6학년의 여학생과 교제를 시작했다. 순혈 가계의 자제임에도, 순수하게 감정적인 교류 이후 혼담을 나눌 요량이라는 말이 나돌았다. 현재로서는, 세간에서 말하는 연애결혼을 하게 될 예정인 듯싶었다.

          Secret. 로제타Rosetta

 

     아마릴리스의 인생에서, 로제타와의 만남과 삶, 그리고 죽음은 차마 어딘가에 비할 수 없이 큰 사건사고에 속했다. 로제타의 죽음, 통칭 사건은 4학년 진급 이전의 방학 중 여느 때와 다르지 않았던 날에 일어났다. 언제나처럼 일어나 책을 읽고, 로제타와 산책을 즐긴 다음. 그는 아주 잠시 눈을 붙였었다. 제 고양이를 무릎에 얹은 채. 그러나 드물게도 깊은 잠에 들었던 것인지, 무릎 위의 고양이가 얹어져 있던 무게감이 사라지는 것은 눈치채지 못 했는데, 그것을 깨달은 시점은 짧은 선잠에서 깨어나고 난 뒤였다.

 

     그는 제 고양이가 불현듯, 갑자기 사라져버리자 엷게나마 올라오는 불안을 감추지 못 했고, 잠에서 깰 겸 직접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본가 아닌, 거대한 별장의 이곳저곳을 샅샅이. 맨 처음은 소규모로 구성된 정원이었고, 두 번째이자 마지막은 저택의 맨 위층이었다. 아무도 사용하지 않아 반지르르하기만 한, 텅 빈 전시물 같은 층으로 대개는 모든 방이 비어있곤 했던. 아마릴리스는 계단 옆에 달린 맨 끝 방부터 살펴보며 천천히 걸었었다. 층 전체에 울리기 때문인지, 조그마한 목소리로, 로제타- 읊조리듯 부르면서. 그리고 마침내, 그가 층의 2/3지점쯤 되는 방의 문 앞에 도달했을 때. 낯익은 목소리를 듣고, 인간 형상의 그림자를 발견했다. 매일같이 들어왔던 두 사람의 목소리, 길게 늘어진 오후의 그림자. 그가 헤집고 다닌 모든 방과 비교했을 때, 유일하게 방문 틈이 열려 있었고, 그는 본능과 다름없이 그 앞으로 다가섰다. 색 짙은 탁자에 앉은 채 미소 짓고 있는 아버지, 그 앞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 집사의 옆모습, 발치 가까운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피투성이의 로제타. ... ... 모를 수가 없었다. 과하게 가열된 머릿속은 팽팽 돌아갔고, 그는 충격적인 장면을 발견한 찰나에, 사고와 동시에 상황을 객관화시켰다. 추측에 가깝지만, 아버지의 명령으로 로제타를 사살한 집사. 타살당한 로제타. 아는 이는 없겠으나 그것을 봐버린 그 자신.

     아마릴리스의 중심되는 아버지 엘리후가 해친 그의 유일, 로제타. 그는 더는, 객관적이되 논리적인 생각을 이을 수 없었다. 정말이지 한순간에, 단순한 애정에서 애증의 대상이 되어버린 아버지를 떠올리면서, 경황없이 낯을 일그러뜨릴 뿐.

Amalilys Quincytella Heing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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